과학책은 잘 읽지 않는다.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을 뿐더러 딱히 흥미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랩 걸은 과학을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해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하여 읽어보았다. 재밌었다. 물론 과학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도 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밌었다. 작가의 삶에 대해 쓴 에세이 비슷하기 때문에 보면서 작가에게 감탄할 때가 많았다. 글에서 자신은 아무렇지 않은 듯 서술하지만 작가는 정말 어마어마한 실력을 가지고 있고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여성 과학자는 거의 없던, 여자의 최종학력은 고등학교가 거의 마지막이던 그 시대 때 정말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유명대학에 진학하여 공부하고 대학원에 가고 연구를 하고 교수가 되고... 지금도 잘 이뤄내기 힘든 엄청난 일인데 작가가 너무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그냥 읽다가 갑자기 흠칫 놀라기도 했다. 특히 나로서는 살면서 전혀 한치의 의문도 품어보지 않았고, 딱히 알고 싶지도 않고, 전혀 관심도 없는 일에 정말로 순수한 학문적인 호기심을 보이고 그것을 연구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너무 놀라웠다. 이런 것이 정말 천재들의 생각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것이 나와 이 사람의 다른 점이구나 생각했다. 또 놀랐던 것은 이렇게 똑똑하고 아는 것이 많고 유명대학에서 아주 어려운 연구를 진행하는 사람이 돈이 없는 것때문에 고통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이런 사람이 돈때문에 힘들어 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는데, 이 글에 나오는 작가의 동료인 빌은 내가 보기에는 엄청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몇 개월동안 집 없이 차에서 생활을 했다. 그것도 엄청난 고물차에서. 이런 제도는 좀 고쳐져야 할 것 같다.
여성 과학자의 이야기라 해서, 그런 내용이 주를 이룰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살아온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여성 과학자이기 때문에 겪었던 일 같은 것들도 있었는데 그 당시에 작가가 겪었던 그런 차별적인 일들이 꽤 많은 시간이 흐른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일이라는 것이 많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작가가 임신을 했을 때 겪은 감정과 생각이었다. 그동안 미디어에서 접해 오던 것과는 다르게, 정말 사실적으로 그 때 작가가 겪었던 무수히 많은 힘들었던 일들과 감정을 보여준다. 임산부는 무조건 행복하고 기대에 차 있는 것이 아니다. 아기가 태어남으로써 작가는 자신의 인생의 일부분이 끝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오랫동안 깊이 슬퍼했다. 그런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많이 서술되어있는데,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온전히 책임지게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하고 상상한 과학자의 모습과 실제 과학자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과학자들은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여성 과학자라는 말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우리가 남성 과학자라는 말을 흔히 쓰지 않듯이 여성 과학자라는 말도 쓰이지 않기를 바란다. 여성 과학자이기 때문에 겪는 일들도 사라지기를 바란다. 과학자를 그저 과학자로 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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