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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와 분석에 대한 혐오증(feat. 교육) by garde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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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rden.pa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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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와 분석에 대한 혐오증(feat. 교육)
### 분류와 분석에 대한 집착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분류: 종류에 따라서 가름.
분석: 얽혀 있거나 복잡한 것을 풀어서 개별적인 요소나 성질로 나눔.

내가 교육(모든 종류의 교육을 일반화 하려는 의도가 아님. 나는 대한민국에서 전형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이 글에 등장하는 '교육'이라는 단어는 **전부 내가 받은 교육을 기준으로** 사용하는 단어임을 밝힘)의 효과 중 가장 의심을 품는 대목은, 어쩌면 그 폐해라고까지 생각하는 부분은 

> 정답선별식 사고체계'만' 가진 인간들을 양산한다는 점이다.

내일 새벽 나는 집 앞에서 라마를 볼 예정이다. 지금까지 라마를 본 적이 없는데 그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아마 '낙타 얼굴을 한 말이네'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왜 라마를 보고 낙타와 말을 떠올리게 될까? 나는 이것이 내가 받은 교육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사탕 1개보다는 2개가 좋고 뽀로로를 10분 보는 것보다는 20분 보는 일이 즐겁다고 여긴 이래로, 낮은 점수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올바르고 우월한 성취로 여겨지게 되었고 우리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하여 정답을 찾는 일에 몰두했다. 정답을 고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수학이라면 정답을 도출하기 위한 올바른 공식의 적용, 영어라면 (유의어, 반의어, 다의어 등 이름들을 분류한 이름조차 다양한 모든 단어에 대한 암기 능력의 활용에 가까운)추론 아닌 추론 능력, 국어라면 일상에서 전혀 쓰지 않는 말들이라는 측면에서는 외국어와 다를 바가 없는 모국어 문어체에 대한 독해 능력 정도일까?

> 우리는 수학 공식과 영어 단어와 고전 문학 독해법과 출제 될 가능성이 있는 시인의 성향을 **암기**한다.

수리 영역에서 '실생활 사례를 활용한 문장제 문제'가 나오면 기존의 암기 위주 학습법을 개선할 수 있다? 집합, 행렬, 지수 로그, 수열 문제에 각기 활용되는 실생활 사례가 한정적이다. 강사의 목표는 학습자가 문제의 첫 줄만 읽어도 어떤 공식을 적용할지 떠올리도록 그 패턴을 '다시 암기' 시키는 일이다. 우열을 가르는 모든 시험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최고의 학습 방법은 암기이다. 선민의식을 소유할 정도의 집단에 속한 자들 중 과반수는 젊은 시절에 암기'만' 했다. 그 것들은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수행 스토리 급으로 나중에 변형 되지만 암기는 암기일 뿐이다. 

##### 한정된 시간에 많이 외우고 중요한 순간에 잊지 않으려면?

> 여자친구가 스트레이트 파마를 하고 왔다. 너무 어울리지 않기에 스트레이프 파마를 풀고 오라고 말했다. "푸러! 스트레이트." 그랬더니 여자친구가 좌절했다.

나는 이 스토리로 영어 단어 1개를 획득했다. Frustrate (좌절감을 주다) <del>나는 경선식 초스피드 암기 비결로 이거 하나 외웠다</del> 이런 걸 몇 천개씩 만들어 낸 그를 존경한다. 여튼 지금 위의 예는 연상 기법인데 많이 외우는 방법이기보다 잊지 않기 위한 방법에 가깝다. 물론 외운 것을 잊지 않으면 점점 많이 외울 수는 있겠지. 

각설하고 요는 지금부터다. 많이 외우고 잊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분류와 분석법이다.

> 1392년에 조선 건국
1492년에 콜럼버스(사실 상 동모형)의 신대륙 발견
1592년에 임진왜란 발발

정말 아무 맥락도 없이 끝이 92라고 해서 엮인 것들이지만 이렇게 공통점을 기반으로 분류하고 

> 소르라테스: 너 자신을 알라, 산파술
플라톤: 이데아, 철인정치
아리스토텔레스: 중용 
맹자: 성선설, 왕도정치

(나는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에서 저런 식으로 가르치는 것을 아주 싫어하지만, 그 중에 '아리스토텔레스: 중용' 이 부분은 유독 더 혐오한다) 우리는 문제에서 주어진 지문을 읽고 (ex. 플라톤의 '국가' 일부를 인용한) "다음 중 지문에 나타나는 사상과 가장 관계가 깊은 사람은?" ③플라톤을 유추해 내면 된다. 플라톤의 국가를 읽었거나 읽고 있는 고등학생은 없기 때문에 이것은 유추를 의도한 문제이다. 만약 시간을 내어 <국가>를 읽는 훌륭한 학생이 있다면 수학과 영어까지 고득점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여튼 위 정도 수준의 사유 과정으로만 우리는 '분석'한다.

'자의적인 분류 및 (단순)분석법'을 많이 소유할수록 우리는 엘리트 집단에 합류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보통, 선발 방법이 '시험'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 A를 봤을 때 순수하게 A로 취급해 주지 않고 'a의 형님'이라든가 '미국에 사는 에이'라든가 하는 헛소리를 하는 것이다. 낯선 것을 보고 모른다고 말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모른다고 인정하는 순간 내가 받을 수 있는 부분 점수조차 사라지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든 이미 아는 것과 연결시켜 그 것을 아는 척 해야 한다. 고수도 하수도 중수도 전부 모르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수준에서 비슷한 것을 가져다 붙인다. 3종류를 아는 사람은 어떻게든 새로운 개체와 자신이 아는 3종류의 공통점을 찾고 30종류를 아는 사람도, 100종류는 아는 사람도 같은 행동을 한다. 분류와 (단순)분석에 대한 집착은 정답을 골라야 한다는 강박 증세에서 비롯 되었다. 

> 정답은 특정한 기준을 만족시키는 하나의 답변일 뿐이다. 과목과 출제 범위와 시험 문제는 모두 특정한 기준을 설정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목적이 있을 때 해당 기준을 숙달하면 된다. 

왜 일상에서조차 아니 인생 전반에 걸쳐서 수준이 높은 사람은 높은대로 낮은 사람은 낮은대로 '분류와 (단순)분석가'임을 자처하는가? 직업적 특성때문에 하는 연구는 논외다. 

### 내 안의 분류 및 분석표를 <del>찢어 버리자</del> 맹신하지 말자
나는 현재까지의 생에 걸쳐 자본론과 꿈의 해석, 종의 기원을 탐독하는데 오늘에서야 한 4% 정도 이해한 듯 하다. (누가 각 도서에 대한 나의 이해도를 스팀잇 명성처럼 표기해 주면 좋겠다. 오르기는 하고 있는지 알고 싶으니까, 곡해하면 다운 보팅도 가능) 

다윈의 절친이자 진화론을 널리 알렸고 또한 그 것이 오해되도록 만들기도 한 토머스 헉슬리(<멋진 신세계>의 저자인 올더스 헉슬리의 할아버지)는 종의 기원을 처음 읽고 깜짝 놀랐다. 

> 궁금해 하실 듯 하여 대중이 오해한 내용을 첨언하자면, 가령 "적응하는 생물은 생존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은 도태한다"라는 구호에서 다윈은 적응하는 생물과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이 **동일한 종**인 수많은 경우를 제시했는데, 헉슬리는 그 구호 속의 적응하는 생물과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이 마치 이종(異種)간의 경쟁을 암시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다시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가 토머스 헉슬리가 놀란 이유는 다윈이 당시까지 관습으로 여겨지던 분류 방식을 뒤집은 것 때문이었다. 라마를 관찰한다면, 다른 이들처럼 라마를 말낙타나 낙타말로 보지 않고 그냥 라마로서 취급한다. 처음 보는듯한 개체를 기존의 분류 체계 안으로 욱여 넣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정확히 이 지점이 나에게 중요하다. 

우리는 모두 자의적인 분류분석표를 소지하고 있는데 표가 꽤 큰 사람도 있고 컨닝페이퍼처럼 작은 사람도 있다. 그 것의 존재가 편견을 만들든, 폐쇄성을 야기하든 소지 자체를 문제삼고 싶지 않다. 다만, 표를 수정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분류와 분석에 집착한만큼 표의 크기를 넓히는 작업에 있어서 '분류 기준의 추가나 수정'보다는 표에 딱 들어맞는 사례증대에만 신경쓴다. 확증편향이라고 불리우는 증상이다. 이 것이 사회 생활에서 발현되면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고립과 서로 간의 갈등, 그리고 반목이 발생한다. 다윈이 라마를 라마로 보고, 야크를 야크로 보듯이 우리는 타인의 생각을 그 자체로 바라봐야 한다. 근거가 빈약함을 이유로 논리성 결여를 지적할 수는 있지만 결코 어떤 견해 자체를 배척해서는 안되며, 배척 행위가 있었다면 내 표 안에 없던 소재가 거기서 등장함이 이유가 아니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 나는
굉장히 큰 분류분석표를 가지고 있다. 크기는 나의 거만과 독선을 상징한다. 의아하신 분도 있을 터이다. 나는 늘 거만과 독선을 경계하는 듯한 글을 써 왔기 때문이다. 나는 내 표를 공고히 하기를 원하면서 동시에 찢어 버리고 싶기도 하다. 늘 이중의 태도를 견지한다. 글로 표현하는 내용은 내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방향이다. 스팀잇에 대해 쓴다면 스팀잇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과 같은 나의 글은 나라는 인간을 표현한 것이라기보다 나의 바람을 표상한다. 한계가 없는 인간보다는 한계를 아는 인간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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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ubsunset · (edited)
라마에 대한 시선을 예로 든게 절실히 와 닿는군요.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뭐 극단적인 케이스고 일반적인 경험은 아닐거라고 봅니다만 암튼,나름 세속의 기준으로 스팩좋고 비상하다는 분들이 많이 계신 지역이 있었드랬죠.그 동네의 독서 동호회를 우연히 들어갈 일이 있었는데, 뭐 지정 도서 정해놓고 정모해서 서로 썰풀고 하는 그런거요.

근데 이거 참 고역인게 나가서 이야기 나눠보면 사람이랑 대화하는 기분이 아니고 앵무새랑 대화하는 기분이더군요.
라마를 라마로 보지않고 말낙타로,낙타말로 접수한 상태에서 계속 쌓아올린 정보들이 되려 자신을 가두는 우물로 작용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저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이야기를 누군가 꺼내면 그 분들은 몹시 괴로워하더군요.

뭐 저기가 특별히 이상했던거겠져...;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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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den.park ·
라마를 볼 기회조차 만들지 않는 사람, 라마를 만나도 모르는 척 하는 사람, 말낙타든 낙타말이든 상관 없다고 하는 사람 ! 라마를 라마로 바라봐 주는 사람만 드물고 나머지는 어디에나 흔한 듯 합니다. 저도 라마를 라마로 봐주지 않습니다. 다만 노력하고 있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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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emdiver ·
어려운 문제네요...  저는 사람들의 성격에 대한 연구를 하는데, 심리학 분야에서도 성격을 분류하는 것에 대한 한계나 불편함을 계속 느끼는 거 같아요. 최근에는 성격을 분류하지 않고 차원적으로 보는 관점으로 대세가 넘어가고 있지만...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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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walker ·
아마도 바로 이런 이유로 해서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을 다루는 일을 하게되면, -다룬다는 표현이 딱 적합치는 않지만, 부하직원정도라고 생각하겠습니다. - 상사가 범하는 가장 흔한 실수가 자기 부하직원들에게 선입견에 의한 꼬리표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 친구는 이걸 잘하고 저걸못해, 이친구는 능력이 있어, 저친구는 좀 부족해...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꼬리표가 주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는 얼마 안되는 시간안에 상사의 직관에 의해 쉽게 꼬리표가 부여되고, 그 꼬리표는 엄청난 일이 있지않고는 잘 바뀌지 않습니다.
상사는 어떻게 꼬리표를 붙였을까요? 그 상사 나름의 분류표에 의한 직관으로 붙인 겁니다. 어떤 사람의 인생을 좌우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렇게도 쉽게 붙입니다.

꼬리표가 아닌 사람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방법을 알아야 하고, 그 정도 높이의 시선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순히 리더를 기른다는 이름으로 주입된 분류표 양식 말고, 사고에 의한 판단과 큰 범위에서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거죠. 그런 사상을 많은 천재들이 이미 고민했고 그 흔적을 인문 고전에 남겨 두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말 잘 알아듣고 일잘하는 식민지 신민을 만들기 위한 지금의 교육과정 이전에는 우리 나라도 이런 리더십 교육을 받았었는데요. 어느덧 지금의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천재의 글을 읽는다고 천재가 되진 않겠지만, 그들의 생각하는 방법은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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