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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창의 <비교문학의 도전>을 읽고 by l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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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창의 <비교문학의 도전>을 읽고
인문학의 다양한 분과 영역 중의 하나인 비교문학(comparative literature)은 한국에서 생소한 학문이다.
 한국은 학제 간 융합 학문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덜 발달해 있는 편인데 그 이유는 국경이나 학문 간 경계를 허무는 이론적 작업에 학자들이 많은 공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교문학의 경우 서양에서 들어온 신생학문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발전 속도는 굉장히 더딜 수밖에 없다. 이렇게 비교문학이라는 학문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재직중인 박성창 교수가 <비교문학의 도전>이라는 책을 내어 비교문학 연구 입문자들에게 멋진 학문적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http://s.pictub.club/2017/06/01/7mzRfq.jpg

이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 책의 일차적인 목표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그는 비교문학에 관심을 가진 학부 고학년 또는 대학원생들에게 비교문학의 역사와 개념, 이론과 방법에 관해 상세하게 설명함으로써 스스로 비교문학적인 작업을 시도하고 이에 착수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기존의 비교문학 입문서는 서양 비교문학의 틀과 개념을 반복함으로써 한국에서 비교문학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관한 질문을 생략하거나, 역으로 일종의 민족주의적 신념에서 서양의 비교문학 틀을 배제하고 한국 문학 중심의 비교문학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논증하려는 상반된 경향을 보인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따라서 저자는 이 책에서 서양 비교문학의 역사와 개념 체계를 밝히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한국의 비교문학(Korean Comparative Literature)’ 혹은 ‘한국에서의 비교문학(Comparative Literature in Korea)’이라는 틀을 강조하고자 했다고 이야기한다. 
http://s.pictub.club/2017/06/01/7mzIyY.jpg

또한 이 책은 비교문학에 대한 복잡하고 정교한 이론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입문서’ 수준에서 비교문학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문학 전공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신생(新生) 학문인 비교문학이란 무엇일까. 이 책의 초반부에는 저자가 ‘비교문학의 정체성을 위한 모색’의 방편으로 비교문학의 정의와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여기에서 저자는 비교문학의 이론과 방법을 최초로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 책은 포스넷(Possnett)의 <비교문학>이라고 한다. 이 책은 1886년에 출판되었는데 사실 본격적인 비교문학 이론서인 폴 방 티겜(Paul Van Tieghem)의 <비교문학>은 1930년이 되어서야 출간이 되었다. 따라서 저자는 비교문학은 서구의 경우에도 20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학문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한국에서 비교문학 연구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한국 비교문학회가 창립된 1959년을 기점으로 삼는다면, 한국에서의 비교문학 연구는 반세기의 역사를 지닌 셈이라는 게 저자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의 비교문학 연구는 서구와는 달리 아직까지 학문적인 정체성을 거의 정립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의 대학에서 비교문학은 학과 간 협동과정으로 존재할 뿐 학부 과정에서 제대로 설치가 되어 있는 학교가 없다. 그나마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과 같은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몇몇 명문사학 정도만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가르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서구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이나 중국,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아시아 국가들에서 비교문학은 별도의 학과나 과정을 이루면서 영문학이나 불문학 또는 국문학처럼 대학의 교육 및 연구 체계 내에서 특정한 위치와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비교문학이 문학 연구의 대상이나 분야 또는 고유한 영역이라기보다는 문학 연구의 새로운 시각 또는 문제의 설정이라는 견해를 내비친다. 다시 말해 비교문학은 해방 이후 한국에 소개된 다양한 비평 방법론 가운데 하나로서 한국 문학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시각과 관점을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비교문학은 신비평이나 문학사회학, 신화비평, 구조주의, 소용미학, 기호학, 해체주의적 방법 등과 동일한 비평 방법론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저자는 표명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비교문학이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학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그동안 문학 연구가 국가 중심으로 고립된 채 이루어져왔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문학의 경우 저자의 표현대로 ‘자국 문학 중심의 폐쇄적인 민족주의적 경향의 문학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는 데 동의한다. 그렇지만 비교문학은 한편으로는 민족문학과 관련되면서 그 폐쇄적 민족주의의 위험성을 경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 문학의 허구적 보편성의 개념과 맞서 싸우면서 민족 문학을 세계 문학과 연결지으려는 시도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비교문학은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심심치않게 들려오는 요즘, 폐쇄적인 상아탑 속에 빠져있는 인문학을 구해낼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http://s.pictub.club/2017/06/01/7mzv08.jpg

또한 이 책의 206쪽에는 특히 ‘한국 비교문학 연구의 전개와 과제’에 대한 저자의 꼼꼼한 설명이 들어 있는데 이는 한국에서 비교문학을 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성찰하게 만든다. 저자에 의하면 한국 문학에 대한 비교문학의 관점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도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라고 할 수 있다. 비교문학적 접근에 방법론적 토대를 부여하기 위해 서구의 비교문학 이론서들이 번역되었으며, 비교문학 연구의 필요성에 공감한 한국 문학 전공자와 외국 문학 전공자들이 모여 한국비교문학회라는 공식적인 학회가 조직되었다. 특히 한국에서 비교문학 연구자로 잘 알려진 김학동은 비교문학 연구의 초기 단계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작업으로 기본 이론의 체계 정립과 자료 정리로서 서지 목록의 작성을 들었다. 기본 이론의 체계 정립과 관련해 1954년에 프랑스의 비교문학 이론가 방 티겜의 <비교문학>이 우리말로 번역되었다는 사실은 한국 비교문학 연구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방 티겜이 아니라 가야르를 한국 비교문학 연구의 기본적인 방법론적 틀로 설정하고 있어서 한국 비교문학의 본령을 ‘영향 연구’에 두게 되었다는 점을 저자는 설명한다. 
이 책은 비교문학에 대한 훌륭한 입문서이긴 하지만 저자의 관심이 주로 ‘한국에서의 비교문학’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특히 국내 비교문학의 연구 상황과 전망 및 과제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비교문학은 아직 발달단계에 있는 학문이니만큼 인문학 연구자들의 활발한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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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mva ·
오오 비교문학이라니.... 흥미로운 개념이네요. 한번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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