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문학(comparative literature)이라는 학문은 소위 ‘뜨고 있는’ 인문학의 분과학문임에도 한국에는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책이 별로 없다. 앞으로 국어국문학, 일어일문학, 중어중문학 등과 같은 폐쇄적이고 경계가 확실한 문학 연구보다는 비교문학이 좀 더 우월한 입지에 서 있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학문 간 융합이 절실한 시대에 인문학 내에서의 경계마저 뚜렷하다면 학문의 발전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마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그나마 비교문학에 대해 소개된 몇몇 책 중의 하나가 왕상위안의 <비교문학의 열쇠>인데 내용이 별로 많은 편은 아니라 조금은 아쉽다. 그럼에도 한국에 소개된 비교문학 책이 별로 없는 실정에서 중국의 비교문학자가 쓴 책이 번역되어 읽히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http://s.pictub.club/2017/06/24/7wG8wI.jpg 이 책의 저자인 왕샹위안은 베이징사범대학교 교수이다. 2000년부터 비교문학 전공 박사생 지도교수를 맡고 있으며 중요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은 110여편에 달하고 중국비교문학 학계의 선도적인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나도 왕샹위안처럼 문학 교수가 되는 목표를 갖고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저서를 열심히 정독했다. 서문에 의하면 본서는 2002년도에 출판된 저자의 첫 번째 비교문학 학과이론 저서이다. 지금까지 중국에서는 수많은 비교문학 학과이론 저서들이 출판되었으나 대부분의 저서들은 여러 학자들이 공동으로 편집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저서들에서 주장하는 개념 및 이론 체계들은 대부분 서양에서 건너온 저서들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여 집필한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학술계의 상황에 불만을 느끼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국을 비롯한 수많은 동양의 학자들이 반드시 서양의 비교문학 학술이론을 완벽하게 흡수한 기초 위에 비교문학에 대한 자신의 연구내용을 충분하게 총괄해 내야만 하며, 또한 자기만의 독특한 비교문학 학과이론을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서는 이미 중국에서 여러 차례 재판되어 이미 4만 권 정도 발행되었다고 한다. 중국만 해도 비교문학에 대해 이렇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하니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pictub.club/2017/06/24/7wGDhW.jpg 저자는 비교문학과 같은 학과는 학자들마다 학과의 연구범위, 연구대상 및 연구방법에 이르기까지 그 인식과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정의를 내리는 것이 어렵다고 쓴다. 비교문학 학과가 성립된 후 지난 백여 년 동안 여러 학자 및 학술학파는 비교문학에 대해서 서로 다른 정의를 내렸다. 이러한 여러 학과정의들은 중국에서 출판된 중국비교문학 이론저서들을 통해 자주 소개되어졌다. 비교문학에 대한 학문적 정의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논쟁에 대해서는 별로 새로운 것이 없었지만 37쪽에 소개된 ‘과학과 연구’의 경우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저자는 과학과 연구를 비교문학의 학과내용으로 삼으면 물론 프랑스학파의 보수성과 편협한 식견을 보완할 수 있으나, 비교문학의 경계는 더욱 모호하게 된다고 쓴다. 따라서 과학과 연구의 연구범위는 각각의 학과 연구범위보다 크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비교문학은 문학연구이지만 문학과 기타 학과의 과학과 연구는 때때로 단순한 문학연구를 뛰어넘기도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만약 문학과 다른 학과의 과학과 연구가 탄탄한 기초 위에서 독특한 연구방법 및 연구순서를 확립하여 충분히 연구되어지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분명 새로운 교차학과가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비교문학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비교문학도 일종의 문학연구이므로, 당연히 문학연구의 공통된 기본방법인 전통적 역사-사회학 연구방법, 전기 연구방법, 원전 분석방법, 감상비평방법, 그리고 현대의 서양으로부터 전해온 구조주의방법, 접수미학의 방법, 형식주의방법, 신화-원형비평방법 등을 사용하여 연구할 수 있다. 그러나 비교문학이 상대적으로 독립된 학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적으로 독립된 연구방법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대표적인 비교문학의 연구방법은 비교의 방법이라고 한다. 비교문학의 비교는 특수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나는 이 책에서 제2절 비교창작학을 관심있게 읽었고 다른 내용보다도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153쪽에 의하면 하나의 행위로서의 창작은 예술 활동의 과정이라 할 수 있으며, 하나의 결과로서의 창작은 문학작품 그 자체를 가리킨다. 비교창작학이라는 개념은 저자가 제기하는 새로운 비교문학의 범주이다. 비교창작학이란 문학작품의 각종 내부적 구성 요인에 대한 과문화적인 비교연구를 가리킨다. 여기서 말하는 ‘각종 내부적 구성 요인’이란 문체양식과 같은 외부형식을 제외한 기본적인 창작요소들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는 제재, 줄거리, 인물형상, 주제의 네 가지 요소들을 포함한다. 바꿔 말하자면, 비교창작학이란 문학작품의 제재, 줄거리, 인물, 주제에 대한 비교연구를 뜻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분명히 비교창작학 연구범위에 대한 이러한 정의가 현재 출판되고 있는 비교문학학과이론 교재 및 전문저서에서 말하는 주제학의 범위와 비슷하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저자는 본서에서 주제학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주제학이란 용어는 그 속뜻과 용어의 이름이 맞지 않아 뜻이 통하지 않는 애매모호한 개념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주제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중국의 수많은 비교문학 저서들도 역시 서양에서도 이 용어에 대한 정확한 명칭이 확정되어 있지 않다고 서술하고 있으며 “우리는 주제학이라는 학과에 대한 영문 명칭의 혼용을 통해, 이 학과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이견들이 존재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라고 인정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오랫동안 많은 학자들은 주제학에 대한 연구들이 비교문학에 속하는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였으며, “주제학의 정의에 대해서도 상당한 혼란이 있었다.”라고 언급하였다고 한다. 사실상 주제학이라는 개념은 서양보다 중국의 비교문학에서 더욱 애매모호하다고 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나는 저자의 새로운 개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러한 비교문학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가 비교문학을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고 보았다. 앞으로 문학 학자 겸 교수의 길을 걸어갈 내게 이 책은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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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고 쉽게 댓글달 수 없어 다시 올라가서 정독했습니다. 비교문학 쉬운게 아니네요 처음듣는 생소한 용어입니다. 좋은 가르침으로 받고 생각나면 또들러서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author | dyuryu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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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방금 이분의 여행기를 보고왔는데 정말 잘 쓰셨더라구요 책 추천 감사합니다! 저는 캘리그라피&여행 주제로 글을 쓰고 있는데 인용할 문구들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 팔로 했어요!
author | helloju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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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님 픽글을 보고 방문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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