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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4>20년의 우정</h4>

비오는 수요일 저녁. 20년지기 동창친구들의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우리의 모임을 알았는지 내려준 비 덕분에 분위기는 이미 달아올라있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친구들과 모임을 이어온지도 20년이 되었다는걸 알게되었다. 언제나 농담과 거친 대화가 오가는 이녀석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20년이라니. 다들 아재가 되지않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지만 누가봐도 아저씨인 녀석들은 다행히도 멘탈은 그대로였고 그래서 항상 웃음과 파이팅이 넘친다.

하지만 변한게 하나 있었으니 각자 하고있는 일과 결혼으로 인한 가정생활이었다. 10명의 친구들은 누구하나 겹치는 일없이 다 다른 분야에서 활동중이다.

패션사업, 법조인, 아티스트, 세일즈, 마케팅, 엔지니어, 공무원, 법인대표,  무역업, 선생님까지. 신기하게도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없다.

그러다 보니 늘 대화가 세상사는 이야기,  육아, 연애, 추억등의 소재로 이어지곤했다. 하지만 어제 비가온 날씨 때문이었을까? 센치해진 친구들이 털어놓은 속마음 이야기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h4>털어놓는 속마음</h4>

겁없이 시작했던 사업이 커져서 행복하지만 리스크가 있는 분야기때문에 혹시나 잘못되면 와이프와 아이들 잘 챙겨달라는 친구, 대한민국에서 제일 땅값 비싼데 살면서도 저녁에 혼술 즐길땐 아이들이 잠든 이후 거실에서 홀로 소주 한병과 밑반찬에 한잔 한다는 친구, 고생끝에 선생님이 되었는데 대한민국 교육현실에 실망감이 너무커서 심각하게 선생님을 그만두려하는 친구 그리고 사업이 좋아서 했는데 하다보니 나를 믿고 따르는 직원들 생각에 멈추고 싶어도 멈출수 없어 결혼도 못하고 있다는 친구까지.

만나면 마냥 웃고 떠들기만 했던 친구들이었고 그래서 걱정근심 없이 잘살고 있겠구나 생각했었는데 그런 걱정거리들을 풀어놓는 모습을 보니 나도 그리고 이 친구들도 많이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만 해도 비슷한 걱정거리가 있을때면 "잘되겠지뭐~ 일단 마셔!!"하며 대수롭지않게 넘기던 친구들이였기 때문이다.

세월앞에 장사없다고 했던가. 동네를 주름잡고 다니던 호랑이들이 서서히 이빨이 흔들리더니 이제는 하나 둘씩 이빨이 빠지며 약해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켠이 씁쓸해져 왔다.




<h4>가장으로 산다는것</h4>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남자로 산다는것 그리고 믿음직한 가장으로 산다는것.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에서 경쟁에 이기려면 모든걸 걸어야 살아 남을수 있는데 집에서는 가족에게 충실해야만 인정받을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니 말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이제서야 워라벨을 외치며 일과 라이프의 밸런스를 맞추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지만 공공부문을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실현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건 사실이다. 그런 의미로 오늘도 가족들을 위해 불철주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시대 가장들에게 힘내라고, 잘하고 있다고 격려하며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늘도 촉촉한 비가 내린다. 아직도 친구들의 고민거리가 귓가를 멤돌고 있는 오늘. 어제 못 마신 술한잔 걸치며 스스로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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