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5Sojwq23stM

이 밴드를 사실 2014년에 홍대 클럽에서 한 번 봤습니다. 관객이 저희 팀 포함해서 채 20명도 안 됐던 것 같아요. 너무나도 보고 싶었던 밴드를 바로 눈앞에서 보게 되니 기분이 manic해져서는 같이 같던 일행과 밤새 음악 얘기를 하며 술잔을 기울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20대 내내 홍대 클럽을 전전했던 저로서는 유독 기억에 남는 밴드들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post-rock이라는 장르적 문법을 외국의 내로라 하는 밴드들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가슴을 파고들게 구사하는 팀들이 그렇습니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활동했던 Yellow Kitchen이란 밴드가 그렇고 2000년 중후반에 활동했던 Frenzy라는 밴드가 그렇습니다. Murmur's room이란 밴드도 그렇고, 비둘기우유라는 밴드가 그렇습니다. 이 중에서도 단연 제 취향을 저격하는 것은 노 리스펙트 포 뷰티입니다.(이하 노리뷰)

노리뷰를 듣고 있으면 여러 밴드가 떠오릅니다. 대곡 중심의 서사적인 구성은 캐나다의 Godspeed You! Black Emperor를 떠오르게 만듭니다. 혼돈스럽고 절망적인 분위기는 일본의 Envy를 떠오르게 만들고요. 

기타, 드럼, 베이스라는 기본적인 구성으로 어떻게 이렇게 넋을 잃게 만드는 사운드가 나올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인데요. 루프 스테이션을 사용하여 한 대의 기타로도 여러대의 기타가 연주되는 것 같은 효과를 내는 것 같습니다. 리버브와 딜레이가 걸린 몽환적인 기타 소리로 유려하게 곡의 흐름을 만들어 내다가 디스토션이 잔뜩 걸리며 광포하게 휘몰아칠 땐 정말이지 몰아의 경지로 갑니다. 묵직하게 받쳐주는 베이스와 감정을 고조시키는 데 일조하는 안정적인 드럼이 기타와 조화를 잘 이루고 있습니다. 기타가 아무리 잘나도 드럼과 베이스가 구멍이면 좋은 음악이 나올 수가 없는데, 이 밴드는 삼박자가 참 잘 맞습니다.

노리뷰는 2014년 이후로 활동을 안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꼭 새 앨범으로 다시 돌아와주길 고대합니다. 한 곡으로는 아쉬우니 하나 더 올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CU595mVk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