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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레인 - 수영장에서 24 by yun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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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unt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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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레인 - 수영장에서 24
수영장 ‘상급’ 레인에 5명이 수영을 하고 있다. 바로 옆 ‘중급’ 레인에는 단 한 명도 없다.

*혹시 실내 수영장 경험이 없는 분들을 위해 - (수영장에는 레인 별로 초급, 중급, 상급 표지판이 서 있다. 비슷한 수영 실력을 가진 사람들끼리 수영을 해야 원활하게 돌아간다)

그중 4명은 숨을 쉬며 수영하는 것이 가능한, 초급을 벗어난 정도의 실력이었고, 1명은 중급 정도의 실력이었다. 다들 옆을 보지 못하게 하는 눈가리개를 단 말들처럼, 앞으로만, 열심히, 쉬지 않고 수영을 한다.

물속에서 그들의 수영하는 모습을 얼핏 보면 기괴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균형이 맞지 않게, 희한한 방향으로 사지를 천천히 흐느적거리는 것이 마치 좀비처럼 보인다. 

이 모습이 참 묘한 것이, 이들보다 수영을 못하지만, 갓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좀비’ 같은 느낌이 없다. 처음 수영을 배우는 사람들의 폼에는 어떤 신선한 에너지 같은 것이 있다. 생생한 생명이 꿈틀거리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 날, 바로 옆 중급 레인을 비워두고 상급 라인에 모여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은 ‘좀비’ 같다. 이제 거의 생명이 끝난 자신의 몸을 지구에게 반납하기 직전의 바싹 마른나무들이 열심히 수영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급’이라고 할 수 있는 1명은, 자신이 수영을 잘 한다고 착각하는, 전형적인 ‘뽐내는’ 수영을 하고 있다. 손바닥이 과하게 위로 향하는 자유형 영법을 구사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하늘을 향해 만세를 하는 접영을 하기도 한다. 만세 접영을 끝내고 잠시 라인 끝에서 쉴 때 ‘나 잘하지’라는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자신이 상급이라고 자부하는 중급 영자를(수영하는 사람을) 보면, 학회 같은 곳에서 엉뚱한 질문을 하며 자신의 얄팍한 지식을 뽐내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지식 있어 보이는 말을 하면 할수록 밑천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런 광경을 보면 괜히 나까지 민망하고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결론: 아무도 없는 중급 레인에서 혼자 편하게 수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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