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전드 오브 타잔'은 벨기에의 식민지 콩고가 배경이다. 1876년 벨기에의 왕 레오폴드 2세는 비정부 인도주의 기구를 설립했다. 1885년 유럽 제국주의 국가는 이 기구가 콩고강 유역의 통제권을 갖는 것에 합의했다. 그 지역에 사는 콩고인들의 의사는 '당연히'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인도주의 기구는 중부 아프리카를 탐사하고 콩고강 유역의 노예무역과 싸우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처음의 의도와 목적에 상관없이, 이윤이 목적인 기업으로 변했다.

벨기에 관리들은 현지인을 무자비하게 착취했다. 고무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에게 팔을 절단하는 벌이 주어졌다. 1885~1908년 성장과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은 콩고 인구 20퍼센트 이상에 해당되는 6백만 명이라고 추정된다.

당시 유럽 제국주의 열강들의 운영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자본이었다. 영국의 동인도회사,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그리고 이 영화에 등장하는 벨기에의 비정부 인도주의 기구 같은 조직은 정부기관이 아니라 '주식회사'다. 지금과 달리 이들은 더 자유로왔다. 돈으로 용병을 사서 군대를 만들 수 있었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회사가 사설 군대를 소유하고 운영할 수 있는 것과 같았다.

이 회사의 주식을 산 사람들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각 나라의 공권력이 동원되고 이 회사들을 뒷받침했다. 나중에는 이 회사들이 정부의 소유로 넘어갔지만 그전까지는 이 회사들의 주체는 철저히 '자본'이었다. 노예시장, 사탕수수, 고무농장 같은 사업뿐만 아니라 그리스인들이 오토만 제국에 일으킨 반란도 사업이 되었다. 

런던 주식거래소에서 그리스 반군 공채가 발행되었다. 그리스 반군이 불리해지자 채권 소유자가 많았던 영국이 국제 함대를 조직해 전쟁에 개입한다. 외국의 채무자(그리스)에게 빚을 받기 위해서였다.(물론 그리스의 명분에 공감한 사람도 있었지만)

영화 '레전드 오브 타잔'에 등장하는 벨기에 관리는 대담하고 싸움도 잘하는 잔인한 악당으로 등장한다. 물론 실제로 이런 잔인한 악당도 존재했지만, 이를 운영하고 자본을 대는 사람들은 자기 자녀를 사랑하고, 자선사업에 돈을 내고, 예술을 즐기는 '교양'있는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이 '교양'있고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의 이윤을 위해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죽거나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눈앞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그 사실을 외면하거나 묵인했다. 

'주식회사'는 보유 주식의 숫자로 책임이 분산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분산해서 주식을 소유하면서 그 책임도 경감되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극단적인 자유시장을 신봉하는 것은 산타클로스가 존재한다는 믿음만큼이나 순진한 것이라는 유발 하라리의 말에 동감한다.

재미를 위한 여러 영화적 장치 때문에 당시의 사회상이 희석되어 보이긴 하지만 '타잔'이 싸우는 악당이 실제 인물인 벨기에의 레오폴드 2세, 그리고 제국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라는 영화의 설정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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