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훔멜 : 무녀들이 계승해온 각오와 진실. 그건 터무니없는 중책이었을 터인데... 다나는 그것마저도 넘어서서 이 시대로 왔단 말이지. 훗, 그야말로 왈가닥의 극치로군.
다나 : 아하하, 너무하네~ 그래도 그렇긴 하네. 이오가 깜짝 놀라는 얼굴은 보고 싶었어.
사하드 : 와하하, 어디 그뿐이겠어? 올가랑 라스텔 녀석도 다들 기겁했을 거야. 그리고 다들 이러겠지. [다나는 늘 놀라게 만들어] 라고.
락샤 : 후후, 다나 씨를 모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계실 거에요.
다나 : 으으음, 그건 어떨지...
아돌 : 반드시 막아내자.
사하드 : 와하하, 끈질기기로는 다나 못지않은 녀석이 여기 있었구만. 그래, 라크리모사 따위에 질 수는 없지!
락샤 : 예, 역시 이런 형태로 미래를 잃을 수는 없어요.
훔멜 : 물론이지. 운반책에게도 불합리한 의뢰는 거부할 권리가 있다.
리코타 : 다나 언니가 힘써 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이번에는 리코타랑 모두가 힘쓸 거다!
다나 : 후후, 하지만 나도 아직 노력이 부족해. 그러니까 같이 열심히 하자. 리코타.
리코타 : 나하하, 받들겠사옵니다!
락샤 : 아돌, 가요ㅡ 옥투스로!
다나 : (라스텔, 아트라, 세실... 올가, 이오... 우리가 지키고 싶어 했던 세계는 사라졌지만... 이 세계는 확실하게 우리를 계승해 주었어. 언젠가 모두에게 알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
훔멜 : 아돌, 잠깐 나 좀 볼까.
아돌 : 무슨 일 있어?

훔멜 : 그래... 마음 쓰게 해서 미안하군. 운반책은 내력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네게는 많은 신세를 졌지. 그... 뭐냐... 네가 알아 두었으면 해서. 그래, 내가 운반책을... 트라발도를 계승한 경위를... 어둠의 세계의 운반책으로서, 대대로 역사의 그림자에서 암약해온 트라발도가... 나는 그런 [악] 의 상징이라고조차 할 수 있는 가문... 그리고, 어김없이 그것을 계승한 아버지를 경멸했었다. 그런 가운데, 나는 아직 10세도 되지 않은 나이였지만... 어느 날, 아버지와의 싸움을 계기로 나는 집을 나왔다. 어렸던 내가 갈 곳 따윈 없었기에 금세 거리를 방황하게 되었지. 그때였다... 어떤 노부부가 떨고 있는 내게 말을 걸어오더군. 다행히도 두 사람이 경영하는 작은 고아원에 몸을 의탁하게 되었다. 고아원에는 다양한 사정을 품은 아이들이 많이 있었지만... 나를 포함한 신입들은 다들 미래에 절망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지. 그런 우리를 보고 원장은 길거리 광대를 데려왔다. 쇼가 시작되자 순식간에 모두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지. 마치 마법이라도 걸린 듯 웃음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앞에 두고, 나는 길거리 광대를 동경하게 되어... 이윽고 자립할 나이가 되자 그대로 길거리 광대가 되기를 택했다.
아돌 : 저글링을 잘 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훔멜 : 훗, 독학이었지만 호되게 연습했으니까... 그리고 몇 년이 지나, 길거리 광대로 어느 정도 알려지게 되었을 무렵... 나는 우연히 아버지와 상봉하게 됐다... 뒷골목에서 상봉한 아버지는 한눈에도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상처를 입고 있었지. 광대 차림의 내가 아들이라는 것은 몰랐을 거다. 운반하던 짐을 맡기고는 그대로 조용히 숨을 거뒀지. 이것이 어둠의 세계에 몸을 둔 자의 말로... 짐도 건실한 물건은 아니었을 터였다. 하지만 마지막 부탁 정도는 들어주고자 나는 그 짐을 가져다 주기로 했지. 받는 사람은 뒷세계 의사로, 짐은 확실히 비합법 물품이라 했다. 하지만... 그것이 당시 유행하던 돌림병의 약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기이하게도, 내 재주를 보러 오던 아이들도 그걸로 목숨을 건졌다더군. 그때, 난 어둠의 세계에도 뜻 있는 자가 있다는 것ㅡ 그리고 유품인 아버지의 수첩과 뒷세계 의사를 통해 일족이 때떄로 역사를 지탱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 때가 되어 처음으로 아버지를 이해하고 눈물을 멈출 수 없었지... 그렇게 나는 [새로운 트라발도] 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아돌 : 자랑스러운 직업인걸.
훔멜 : 훗, 결코 세간에 드러낼 만한 직업은 아니지만.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ㅡ 그로 인해 구원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쨌든, 이것이 나라는 인간이다. 다시금, 모쪼록 마지막까지ㅡ
쿠이나 : 아~! 아돌이랑 훔멜 발견~! 뭔가 속닥속닥, 수상하다~!
훔멜 : 훗, 슬슬 아래로 돌아가도록 할까. 아돌ㅡ 모쪼록 마지막까지 잘 부탁하겠다.
다나 : 드디어 마지막 결전이네. 못다 한 일이 없도록 해야지... 저기, 아돌 씨. 그, 괜찮다면 말인데... 나, 마을에서 마지막으로 가고 싶은 곳이 있거든. 아하하... 잠깐 같이 가 줄 수 없을까?
(아돌은 다나와 망대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근처에 고대종의 모습은 없었고ㅡ 잠깐 동안이나마, 둘은 마음 편한 한때를 보냈다.)
다나 : 라크리모사를 막는다 해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드디어 여기까지 왔네. 이때를 계속 기다려왔더니 역시 감개무량한걸.
아돌 : 고마워, 기다려 줘서.
다나 : 아하하... 그래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아돌 씨 덕분이야. 만나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어... 그러니까 역시 말해 둬야지. 실은 나 말이지, 아돌 씨한테 사과해야만 할 게 하나 있어. 우리, 조금 이상한 인연으로 엮였지. 서로의 의식을 공유하기도 하고, 이렇게 함께 여행을 하게 되기도 하고. 그런 가운데 내 마음 속 어딘가에서 확신이 생겨났어. 지금 지상에서 [가장 빛나는 혼] 을 지닌 건 이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맞아, 아돌 씨는 [진화의 참관인] 으로 선택한 건 나일 거야... 앞으로 아돌 씨를 무척이나 괴로운 상황에 처하게 만들지도 몰라. 나는 [눈물의 날] (라크리모사)에 저항해 왔는데... 아돌 씨에게는 수없이 도움을 받아 왔는데... 이런 일에 말려들게 해서 정말로 미안해.
아돌 : 사과할 것 없어.
다나 : 아돌 씨... 그래. 응, 이번에는 그때와는 달라. [상검 미스틀틴]ㅡ 그 검이 있다면, 틀림없이. 역시 상념의 힘을 아돌 씨가 맡게 되어 다행이야. 실은 내가 맡는 것도 가능했겠지만... 역시 아돌 씨와 마지막까지 함께 싸우고 싶은걸.
아돌 : 그랬구나...

다나 : 아하하, 미안해. 속일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해 봐도 이렇게 하는 게 가장 좋았던 것 같아... 맞다. 아돌 씨, 이걸 가지고 있어 줄래?
(옛 봉인의 반지를 획득했다.)
다나 : 응, 이건 엄마의 유품. 나의, 모두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의 원점이지. 원래는 이력을 봉한 반지인데... 지금은 약간 세공을 해 두었으니 아돌 씨에게 도움이 될 거야... 그 검과 함께 가지고 있어 주면 기쁠 거야.
아돌 : 고마워, 소중히 할게.
다나 : 후훗... 나야말로 고마워. 아돌 씨, 함께 싸우자.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참관의 언덕]
다나 : 이 커다란 구체가 진화의 섭리를 담은 [선택의 방]...
락샤 : 아돌의 검으로 입구를 열 수 있을 거라고 했지요.
다나 : 응... 아돌 씨, 부탁해도 될까.
사하드 : 오오, 이건...
리코타 : 과연 아돌 오빠! 그 검이 있으면 틀림없이 이길 수 있겠구나!
훔멜 : 이것으로 마지막 싸움인가...
락샤 : 예... 여러분, 가죠.
다나 : 드디어 여기까지 왔네. 아돌 씨, 우리도ㅡ ...방금 그건...
락샤 : 아돌 오빠~! 빨리 온다!
아돌 : ...좋아, 우리도 서두르자.
다나 : 그, 그래... 가자.
[선택의 방]
사하드 : 뭐, 뭐, 뭐야? 저게!?
리코타 : 고, 고대종? 오케아노스보다 크구나...
락샤 : 저것이... 진화의 섭리...
훔멜 : 흥, 여기까지 온 이상 할 수밖에 없겠군...
다나 : 가자, 아돌 씨. 당신이라면 분명 괜찮을 거야.
(빛을 발하는 전위진이 있다. 이것이 최후의 싸움이 될 것 같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임하도록 하자. 전위진을 기동시켜 최후의 싸움으로 향하겠습니까?)

다나 : 드디어 대면하는구나. 아돌 씨, 가자!
아돌 : 어떤 결말이 오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돌진하자!
전원 : 그래!
사하드 : 이게 마지막 싸움인가... 겁먹고 있을 때가 아니지!
훔멜 : 흠, 이겨서 운반책으로서 사명을 다하겠다.
리코타 : 좋아, 머리에 가까워졌다!!
락샤 : 조금만 더...! 반드시 라크리모사를 저지해내겠어요!
다나 : 저 이력의 결정이 본체인 것 같아! 아돌 씨, 다들! 결정을 파괴하자!!
아돌 : 가자, 다나!
다나 : 가자, 아돌 씨!
사하드 : 헉... 헉... 뭐라고 하든 이젠 꼼짝도 못 하겠다...
리코타 : 리, 리코타도... 흐늘흐늘...
훔멜 : 흠, 고요하군... 바깥 상황은 어떻지?
락샤 : 글쎄요, 저희... 성공적으로 막아낸 걸까요?
다나 : ......
리코타 : 냐아아아!?
사하드 : 뭐, 뭐야 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락샤 : 지, 지진!?
우라 : 여러분, 무사하신가요!?
다나 : 사라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우라 : 예, 라크리모사는 확실하게 멎은 듯한데... 섬이... 아니, 세계가 이 섬을 중심으로 소실되기 시작하고 있어요!
사하드 : 뭐, 뭐라고...
리코타 : 그럴 수가...
락샤 : 아돌, 섭리에 간섭한 것은 역시 잘못이었을까요...
아돌 : 끝까지 포기하지 마.
락샤 : 예, 예... 하지만...
우라 : 세계가... 하얗게 물들어가...
다나 : ...아직이야, 아돌 씨. 우리가 했던 일들을... 잘못된 것으로 만들진... 않겠어!

[표류촌]
락샤 : ㅡ아돌, 계세요? 정말, 언제까지 주무시고 계실 거에요? 도기랑 다들 벌써 하역 작업을 시작했다고요.
아돌 : 라크리모사는 어떻게 됐어?
락샤 : 라크리... 그, 그게 뭔데요? 어쨌든 일주일 후 섬 탈출을 앞두고 있으니까요. 당신도 어서 일어나서 다른 분들을 도와주셔야ㅡ
아돌 : 다나는 여기 있어?
락샤 : 다나... 누구 말씀이세요? 표류자들 중에 그런 이름을 가지신 분은 없었을 텐데요... 아돌... 저기, 어디 아프신 건 아니겠죠? 만일 그렇다면 오늘은 푹 쉬시고ㅡ
아돌 : 아무래도 꿈을 꿨었나 봐.
락샤 : 흐음, 꿈... 이요? 알겠어요. 그럼 일단 저는 실례하도록 하고... 컨디션에 문제가 없거든 다른 분들 작업을 도와주세요.
(아돌은 옷을 갈아입으려다 [상검 미스틀틴] 이 힘을 잃고 원래의 검으로 돌아온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팔에 있던, [진화의 참관인] 의 증표였던 문양도 사라져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어쩔 줄 몰라 하던 아돌은 서둘러 채비를 갖췄다.)
<에필로그. 푸른 파도의 끝>
(락샤가 말한 대로 탈출 준비가 시작된 모양이다. 표류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고 마을은 활기로 가득하다. 사하드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봐야 할까...)
사하드 : 오, 아돌. 마침 선적 작업을 시작한 참이야. 아하하, 그나저나 긴 듯하면서도 짧은 표류 생활이었지. 이 무서운 섬을 여섯 명이서 탐색한 것도 지금은 좋은 추억이야. 엉? 여섯이 아니라 다섯이었던가... 뭐 상관없지, 너도 마지막으로 휙하니 한 바퀴 돌고 오지 그러냐? 모험가의 흥미를 끌 만한 건 없겠지만 이제 이 섬 풍경도 마지막이니까.

훔멜 : 아돌... 웬일로 푹 잔 모양이군. 오늘만큼은 무보수로 [운반] 을 맡기로 했다. 섬 탈출에 필요한 것은 뭐든지 운반하고 있지. 하지만... 흠, 묘하군... 아니, 분명 기분 탓이겠지.
타나토스 : 알겠냐, 리코타. 배에 타서 만일 속이 안 좋아지거든 바로 나한테 얘기하거라. 그때는 울렁거리지 않게 멀미에 잘 듣는 허브를 줄 테니까.
리코타 : 받들겠사옵니다... 그런데 멀미? 멀미가 뭔데 울렁거리냐?
타나토스 : 그야 넌 배를 처음 타잖느냐. 배 타고 멀미하면 술 취한 것처럼 울렁거릴 수도 있지.
리코타 : 흠, 그거 책에서 봤어! 뱃멀미가 그거구나?!
타나토스 : 호오, 잘 아는구먼.
리코타 : 냐하하, 두근두근이 멈추질 않아. 리코타, 뱃멀미 기대돼!
타나토스 : 흠?
리코타 : 사하드처럼 노래하고 춤추고 즐거워지고 해! 리코타, 전부터 술 취한 거 돼 보고 싶었어!
(사하드와 다른 사람들도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태초의 거목은 어떻게 되었을까? 섬 북부로 가 봐야 할까...)
[별이 쏟아지는 숲]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사원도, 그리고 [태초의 거목] 도... 여기에는 애초부터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말하듯 이끼 낀 나무와 풀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그저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만이 아돌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리코타 : 이봐ㅡ! 아돌 오빠도 여기?
아돌 : 여럿이서 무슨 일이야?
락샤 : 그게 말이죠... 무언가가 부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 표류촌을 나왔는데... 이상하게도 다른 분들도 같은 이유로 여기 오셨다는 것 같아요.
리코타 : 나하하, 어쩐지 여기에 와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훔멜 : 흠, 묘한 우연도 다 있군.

사하드 : 오오, 설마 아돌까지 와 있을 줄이야.
락샤 : 어라...
사하드 : 왜 그래?
락샤 : 아뇨, 이 주변... 이런 풍경이었던가요?
리코타 : 아니, 아닌 것 같아...
훔멜 : 흠... 그런데, 어째서 아니라고 생각했지?
사하드 : 그건 모르겠지만 분명 더 큰 뭔가가 있었던 것 같단 말이야...
락샤 : ...아돌, 이 주변을 잠깐 여럿이서 걸어 보지 않겠어요?
(락샤와 모두가 합류했다.)
사하드 : 아름다운 곳이다 싶긴 한데...
리코타 : 딱히 있는 건 없구나. 하지만...
락샤 : 예, 이상하네요... 아무것도 없는데도 왜 그리운 기분이 드는 걸까요?
훔멜 : 흠...
리틀 패로 : 아돌, 발견! 빨간 거, 발견!
사하드 : 오, 패로 아니냐.
리코타 : 나하하, 혹시 너도 여기가 마음에 걸리냐?
리틀 패로 : ......
락샤 : 왜 그러니? 평소랑 태도가 다른 것 같은데.
리틀 패로 : ...아돌 크리스틴. 여기까지, 잘 오셨습니다. 다른 자들도, 나의 초청에, 응해 주었군요.
사하드 : 으하하, 그 말투... 이번에는 대체 누구 흉내지?
리코타 : 냐아!?
락샤 : 여, 여자...?
훔멜 : 이건 대체... 인간의 소행은 아닐 텐데...
사하드 : 패로 녀석...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마이아 : 잃어버린 세계의 기억을 다시금 당신들에게...

리코타 : 아...
훔멜 : 이, 이건...
사하드 : 머릿속에 흘러들어오는, 이 기억은...
락샤 : 왜...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걸까요. 그렇게나 소중한 친구의 존재를... 다나 씨와 함께 지냈던 나날을.
마이아 : 이미 존재하지 않는 기억입니다만, 일단 복원했습니다.
락샤 : 복원이라니... 당신은 대체...
마이아 : 나의 이름은 마이아ㅡ 오래 전 대지가 태어난 시대에 [태초의 거목] 을 창조한 신입니다.
사하드 : ...시, 시, 신이시라고!?
훔멜 : 마이아... 어디선가 들어 본 이름인데...
락샤 : ...참관인이었던 히드라 씨의 이야기에 나왔었죠. [대지신 마이아] ㅡ거목과 함께 [진화] 라는 질서를 만들어낸 여신... 하지만 히드라 씨의 시대에 모습을 감추었다고 들었는데...
리코타 : 그 신께서 왜 지금 여기?
마이아 :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진화] 에 의해 옮겨가는... 끝없이 계속되는 그림책 같은 꿈을... 그것은 참으로 안온한 꿈... 하지만 아까 나는 그 꿈에서 깨어났고, 그리하여 세계가 멸망했답니다.
락샤 : 예...?
사하드 : 무, 무, 무슨 소리야!?
마이아 : 이 땅의 온갖 현상, 일어나는 일들은 내가 선잠 속에서 꾸는 꿈 그 자체... 지상의 온갖 [종] 들이 행하는 일도, 그리고 라크리모사마저도... 내가 깨어나면 꿈이 끝을 맞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락샤 : 그, 그럴 수가...
훔멜 : 그럼 우리 역시 전부 당신의 꿈이라는 건가...
락샤 : 게다가 그게 끝났다니... 설마 그때...!

마이아 : [테오스 데 엔도르그램] ...예, [진화] 의 근원 되는 힘이 정지하였기에 나는 깨어났습니다.
리코타 : 그, 그럼, 리코타랑 모두가 세계를 멸망시킨 거냐?
락샤 : 하지만 그렇다면 지금 있는 이 세계는 대체...
마이아 : 이곳은 내가 새로이 재구성한 세계입니다. 당신들은 분명 이전 세계에 종말을 가져왔습니다. 그 에타니아의 소녀에게 이끌려... 그녀는 세계가 나의 꿈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깨워 라크리모사를 저지한 것입니다.
락샤 : 그럴 수가, 다나 씨가...?
아돌 : 라크리모사는 멈춘 건가?
마이아 : 멈췄다기 보다는 제가 잠에서 깨어남으로써 일단 소멸했다고 해야할까요? 다만 다나는 그 대가로 자신의 [존재] 를 일었습니다. 그녀는 [테오스 데 엔도르그램] 대신 자신을 내놓았지요.
사하드 : [존재] 를 잃었다니... 사라졌다는 건가?
마이아 : 자신이 가진 이력과 미스틀틴에 깃든 상념의 힘... 그녀는 상반된 두 힘의 작용에 의해 새로운 [진화의 개념] 으로 승화한 것입니다. 그 덕에 나는 붕괴할 뻔했던 세계를 재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락샤 : 다나 씨는 그것까지 생각하고?
마이아 : 아니요, 전부 이해하고 행동한 게 아니라 그녀도 무아지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신에 가까운 행위는 그녀로부터 자신의 [존재] 를 앗아갔습니다. 새로운 이 세계에서 그녀는 개념에 지나지 않을 뿐더러, 과거에서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훔멜 : ...그래서 우리는 그녀에 대해 잊고 말았던 건가.
리코타 : 이제... 다나 언니는 못 만나는 건가?
락샤 : 리코타 양...
사하드 : 제길, 그런 게 어딨냐고...
>다나 : 알았어, 고마워...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 해도... 웃으며 그때를 맞이하기 위해, 난 [내 입으로 직접] 이별을 고하고 싶어.
